핵심 요약
- 언론에서 자주 말하는 "대기 자금이 증시로 쏟아진다"는 표현은 오해이며, 진짜 중요한 지표는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입니다. 미국 펀드매니저 현금 비중은 3.6%로 과열 신호선(4%)을 밑돌고, 신용융자는 사상 최대인 1조 4천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 현금이 부족하면 새 종목을 사기 위해 보유 종목을 팔아야 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이는 한국 증시의 '빚투' 현상과도 연결됩니다.
-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작정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현금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인식하고 목표 비중을 리밸런싱으로 지켜가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락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스크립트
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CIO 배재현입니다. 오늘은 현금과 주식 투자의 관계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흔한 오해부터 하나 풀고 가겠습니다. 간혹 언론에서 이런 얘기 들으시죠? 수조 원 내지는 수십조 원에 이르는 대기 자금이 증시로 쏟아질 수 있다. 오해입니다.
사실 현금은 시장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말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누군가 주식을 사면 누군가는 팔죠. 그러면 현금은 또다시 대기 자금이 됩니다. 머니마켓펀드의 잔액은 주식에 대한 열기가 아니라 금리를 따라 움직입니다. 오히려 시장이 저점을 찍은 뒤에 위험 회피 자금이 몰리면서 늘어나는 경향이 있죠. 즉 대기 자금의 규모는 선행 지표가 아니라 그림자 같은 후행 지표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정말 중요한 것은 현금의 규모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보유한 비중입니다. 그리고 비중이 지금 바닥에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이 지금처럼 낮았던 적이 없다고 합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7월 펀드 매니저 조사에서 이들의 현금 비중은 3.6%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회사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표현하면서 통상 과열의 신호로 보는 4% 선을 밑돈 것이죠. 올해 1월에는 사상 최저인 3.2%까지 내려갔었다고 합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가계의 주식 보유액은 약 2조 달러로 장기 추세보다 33% 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인 반면 현금 비중은 평균을 밑돕니다.
게다가 빚까지 있죠. 미국의 신용융자 즉 마진 뎃 잔고는 사상 최대인 1조 4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투자자가 가진 현금에서 빚을 뺀 잔액은 사상 최저입니다. 투자자들이 있는 돈을 거의 다 혹은 이상을 투자에 밀어 넣고 있는 거죠.
그리고 낮은 현금은 단순한 심리 지표가 아니라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에 영향을 줍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의 중심이 이겁니다.
방식은 단순합니다. 이미 현금을 모두 소진한 투자자는 새로운 종목을 살 여윳돈이 없죠. 그래서 무언가를 사려면 다른 무언가를 팔아야 됩니다. 여윳돈으로 새 종목을 사면 사는 종목만 움직이죠. 근데 하나를 팔아서 다른 종목을 사면 파는 종목도 움직입니다. 여윳돈으로 살 때보다 팔아서 살 때 지수의 변동성이 더 커지게 돼 있는 거죠. 그런데 모두가 여윳돈이 없어서 모두가 있던 종목을 팔고 다른 종목을 사니 어떻게 됩니까? 지수가 출렁출렁 널을 뛰는 거죠.
그렇다면 무엇을 팔아서 새 종목을 살까요? 흔히 이익이 난 자산, 곧 승자를 팝니다. 오른 자산의 매도가 몰리면 오르는 힘이 약해지거나 떨어지기 시작하죠. 지수의 변동성이 더욱 커집니다.
이것은 월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뉴욕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한국의 개인 투자자는 오히려 더 많은 빚을 얹어서 같은 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빚투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이 빚투는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해서 2분기 하루 평균이 육조 원을 넘었고 재원의 일부는 은행 예금을 빼서 마련한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ETF의 비율이 2020년 코로나 국면의 정점마저 넘어섰다고 하면서 주가가 크게 조정받으면 반대매매로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요즘 많이 실제로 목도하고 계시죠. 안 그래도 현금이 부족해서 팔아치우느라고 오른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는데 하락한 종목에서도 빚이 청산되느라고 변동성이 또 커집니다. 이 모든 것이 크게 낮아진 현금 비중에 빚까지 얹어지면서 발생된 현상입니다.
뉴스는 매일 반도체의 작은 변화까지 관찰하고 장기적인 산업의 변화를 오늘 내일의 영향처럼 확대해석하지만 정작 변동성은 실제로 그런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 현금 비중이 낮은 곳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현금은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입니다. 현금이 넉넉하면 하락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여윳돈으로 싸게 사면 되니까요. 그리고 놔뒀던 오르는 종목들은 계속 이익을 내겠죠.
근데 그렇다고 해서 현금 비중이 낮으니까 당장 주식 팔아서 현금 만들라는 이야기는 또 아닙니다. 낮아진 현금이 무슨 변화를 만드는지를 이해하자는 것이죠. 현금은 엄연한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산 배분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고 목표 비중은 항상 리밸런싱을 통해서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야 포트폴리오를 안전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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