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미국 주택 거래량 급감을 위기의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주택 시장은 2008년과는 다른 '매물 잠김(얼음)' 상태입니다. 2008년이 부실 대출과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강제 매도(불)의 장이었다면, 현재는 고금리로 인해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움직이지 않아 오히려 가격이 방어되고 있습니다.
- 과거와 같은 연쇄적인 주택 시장 폭락 가능성은 낮습니다. 현재 집주인들은 대부분 값싼 고정 금리로 대출을 받았고 탄탄한 자기 자본을 보유하고 있어, 억지로 집을 팔아야 할 구조적 위험(서브프라임 등)이 없습니다.
- 진짜 붕괴의 트리거는 주택 시장 자체가 아닌 '고용 시장(실업률)'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강제로 집을 내놓기 시작해 매물 잠김이 풀리거나,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AI 붐이 꺾이는 시점이 진정한 위기가 될 것입니다.

스크립트
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CIO 배재현입니다.
요즘 우리는 급등락하는 지수와 종목을 쳐다보느라고 정신도 없고 그래서 좀 시야가 많이 좁아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항상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잖아요. 기업의 펀더멘털도 중요하지만 거시 경제, 실물 경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결국 이것들은 하나로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미국 주택 시장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볼 텐데요. 2008년에 미국 주택 시장의 붕괴를 예견했던 로젠버그라는 이코노미스트가 요즘 또다시 걱정에 빠졌다고 하는 얘기가 들립니다. 특히 주택 판매량을 주시하고 있다고 하는데 최근 판매량이 과거 붕괴가 시작되던 2008년 초 수준보다도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역사는 되풀이되다 보니 함부로 확신을 갖고 반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위험은 2008년과는 조금 많이 달라 보입니다.
먼저 걱정의 대상인 판매량부터 보겠습니다.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는 7월 기준 연율 406만 채로 주택 붕괴가 본격화되던 2008년 1월에 489만 채보다 훨씬 낮습니다. 충분히 눈길을 끌 만합니다.
원인은 분명합니다. 모기지 금리가 6.5% 안팎까지 오르면서 매수자가 물러섰고 팬데믹 시기에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집주인들은 집을 내놓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른바 lock. 잠김효과입니다. 결과 거래가 메마른 활력 없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재고는 약 4.6개월 치 정도 된다고 하고 이 압력이 이어지면 중립 가격이 2%가량 내릴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유사성은 오해를 부를 수 있어서 좀 조심스럽습니다. 2008년은 비유하자면 불과 같은 시장이었습니다. 집이 넘쳐나는 과잉 공급 위에 대출을 갚지 못한 서브프라임 차입자들의 강제 매도가 쏟아졌습니다. 압류된 집들이 이미 떨어지는 시장 위로 매물이 던져진 거죠. 하지만 지금 2026년은 반대입니다. 비유하자면 얼음, 즉 빙하기와 같습니다. 시장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얼어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사라진 것은 팔 사람 다 팔고 살 사람 다 사서가 아니라 사려는 쪽도 팔려는 쪽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은 2008년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아무도 억지로 팔지 않기 때문에 거래는 없어도 가격은 버티는 겁니다.
속을 뜯어봐도 2008년과 다른 점이 보입니다. 서브프라임 같은 커다란 문제 덩어리가 없고 대출 심사는 2008년 이후 계속 깐깐하게 진행되어 왔고 집주인들은 깡통이 아니라 두둑한 자기 자본 위에 앉아 있습니다. 대부분 값싼 고정 금리로 대출을 받아서 부담이 없고 재고는 2008년 같은 과잉이 아닙니다. 그래서 페니메이나 모기지 은행 협회, 부동산 중개인협회 그리고 JP 모건 같은 여러 주요 기관들은 폭락이 아니라 한 자릿수 초반에 완만한 가격 상승을 내다봅니다.
얼어붙은 시장은 역설적이게도 경고 신호이면서 동시에 완충제이기도 합니다.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로 잠김효과가 가격이 내릴 만큼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금융 시장이나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때로 특정 지표의 문제를 발견해서 나오기도 하지만 순서가 거꾸로일 때도 많습니다. 뭔가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먼저고 그래서 확신에 들어맞는 지표를 찾아낸 다음에 이야기를 붙이는 거죠. 판매량이 2008년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2008년에 재현이라는 서사를 입히는 것은 좀 곤란해 보입니다. 불 같은 시장과 얼음 같은 시장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걱정을 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2008년과 비슷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면 안 됩니다. 이 얼음이 녹고 나아가 불로 바뀔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직관적이고 동시에 현실적인 대답은 일자리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월급을 계속 받는 한 묶여있는 집주인들은 계속 기다릴 수 있지만 실업자가 많아지면 상황이 뒤집히기 시작합니다. 소득을 잃은 이들이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잠김이 풀리고 그러면 약한 시장에 매물이 쏟아집니다. 2008년 같은 불 같은 가격 하락은 그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물론 위험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얼어붙은 주택 시장은 건설 현장의 일거리를 줄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건설 인력은 약 800만 명에 이르는데 이 부문의 고용 증가율은 지난 1년 새 거의 반 토막이 났습니다. 시티 같은 경우는 해고가 늘고 채용이 더뎌지면서 고용 시장 전반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4% 초반에 역사적 저점 수준의 실업률에서 섣불리 붕괴를 논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로젠버그 본인도 이야기하듯이 미국이 아직 침체에 빠지지 않은 주된 원인은 AI 붐이고 이것이 정말로 충격을 받을 때가 진짜 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감사합니다.
핵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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