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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뒤에 숨은 기업의 속내, 배당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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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배재현 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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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 배당 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주가 급락으로 수익률이 오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배당이 실제 이익에서 나오는지, 배당 성향이 100%를 넘어 빚으로 유지되는 건 아닌지, 여러 해 꾸준히 늘려왔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 배당은 성숙한 회사에 어울리는 미덕입니다. 애플은 성장기엔 배당을 끊고 재투자에 집중했고, 성숙기인 2012년 배당을 재개하자 주가가 뛰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을, 삼성전자는 배당을 택했는데, 이는 각 회사가 자신의 처지와 저평가 여부를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줍니다.
  • 결국 배당을 볼 때는 수익률 수치 하나만 보면 안 됩니다. 이 배당이 어디서 나오는지, 지속 가능한지,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는지까지 따져봐야 합니다. 배당 공시만 보고 덥석 매수하기보다, 미래를 포기하고 주는 돈은 고맙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스크립트

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CIO 배재현입니다.

오늘은 배당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볼 텐데요. 한 콘텐츠 안에 모든 걸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엑기스만 뽑아봤으니까 평소보다 1, 2분 정도 길 수 있더라도 꼭 끝까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식이면서 채권처럼 현금을 꼬박꼬박 꽂아주는 배당은 분명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것을 읽어야 할지를 알고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숫자는 배당 수익률입니다.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당 수익률은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것인데 이 값은 배당이 늘어서 높아지기도 하지만 주가가 떨어져서 높아지기도 합니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주가가 반 토막 나면 배당이 그대로여도 배당 수익률은 두 배로 뜁니다. 원래 그리고 오랫동안 배당 수익률이 높았던 종목이 아니라 갑자기 높아진 것이라면 이유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안정적인 회사인데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락한 것이라면 이 배당수익률이 마치 밸류에이션 밴드처럼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배당수익률이 몇 퍼센트까지 오르면 사고 몇 퍼센트까지 떨어지면 판다. 이런 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거죠.

배당은 어디서 나올까요?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입니다. 건강한 배당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더 정확히는 이익으로 손에 쥐인 현금에서 나옵니다. 장사를 해서 남긴 돈의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죠. 반면 위험한 배당은 벌지도 못한 돈을 나눠주는 겁니다. 빚을 내서 혹은 그동안 쌓아둔 곳간을 헐어서 이렇게 해서 배당을 준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살림이 아니겠죠. 만약 회사가 배당을 유지하려고 빚을 늘리고 있다면 이것은 사실상 연출된 장부 꾸미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슨 돈으로 배당을 주는지 확인하려면 회사가 번 돈에서 이것저것 다 떼고 남은 돈인 순이익을 보시면 됩니다. 순이익 중 배당으로 지급한 비율을 배당 성향이라고 하는데 이 비율이 100%를 넘는다면 번 것보다 더 많이 나눠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회성이면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해 이어진다면 위험 신호입니다. 곳간이 언젠가 바닥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익보다 이익으로 실제 들어온 현금인 잉여 현금 흐름, 흔히 FCF라고 표시를 하는데요. 이익 금액과 비교하시면 훨씬 더 정확합니다. 회계상 이익은 흑자인데 실제 현금은 마이너스인 회사도 있기 때문입니다.

배당의 흐름도 중요합니다. 한 해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궤적을 보는 거죠. 오랫동안 배당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늘려온 회사는 그 자체로 실적의 안정성과 주주를 대하는 태도를 증명합니다. 기업은 한 번 정한 배당을 웬만해서는 줄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증가 자체로 훌륭한 성과입니다. 주당 배당금을 깎는 순간 시장은 그것을 아, 이 회사가 어려워졌구나 하는 자백, 즉 일종의 낙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당 삭감은 대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것들이 기업들이 실적이 좋은 해에도 배당을 왕창 한 번에 올리기보다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한 번 올리면 다시 내리기 어려우니까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신중하게 올리는 겁니다.

배당은 성숙한 회사가 줄 때만 미덕이 됩니다. 한창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벌어들인 돈을 주주에게 나눠주기보다 새로운 사업과 설비에 재투자하는 편이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투자가 회사를 키워서 훗날 더 큰 가치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성장이 무르익어서 안정적으로 현금을 버는 성숙한 기업이라면 현금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업종만 봐도 대강에서 성격이 갈립니다. 전기, 가스 같은 유틸리티, 통신, 은행, 보험, 생활 필수품 이런 것들처럼 경기를 덜 타고 현금이 꾸준한 성숙 산업은 전통적으로 배당이 높은 고배당주로 분류됩니다. 반면 테크, 바이오처럼 빠르게 크면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재투자해야 되는 그런 성장 산업은 배당이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성숙한 회사가 배당을 안 줄 때만 나쁜 것이 아니라 한참 커야 될 회사가 배당을 주는 것도 나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입니다. 애플은 1980년대부터 배당을 주다가 1995년 경영난에 빠지면서 배당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잘 아시는 스티브 잡스가 복귀해 회사를 살리는 동안 애플은 오랫동안 배당을 주지 않았습니다. 벌어들인 현금을 신제품에 쏟아붓는 것이 배당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판단은 옳았습니다.

그러다가 사업이 무르익고 현금이 꽤 많이 쌓이자 2012년 팀 쿡 체제에서 17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습니다. 발표 당일 주가는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고 이후에 애플이 해마다 배당을 조금씩 늘리면서 또 동시에 막대한 규모로 자기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는 사이 몇 배로 뛰었습니다. 성장기에는 배당을 참는 것이, 성숙기에는 배당과 자사주로 돌려주는 것이 각각 옳은 선택이었음을 한 회사가 보여준 셈입니다.

주주환원 정책에는 배당 정책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 정책도 있습니다. 단,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는 소각을 해야만 발행된 주식 수가 줄어서 남은 주주 한 사람의 몫이 커집니다. 배당이 현금을 직접 나눠주는 것이라면 자사주 소각은 주주의 지분 가치를 높여주는 방식입니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역대급 실적을 낸 SK하이닉스는 최근 약 40조 원 규모의 자기 주식을 사들여서 전량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발행 주식의 한 3% 정도 되는데요. 이것은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중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회사는 내재가치가 현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주주에게 돌려줄 몫의 기준도 잉여 현금 흐름의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10월 말 이사회에서 최대 110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안을 확정해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회사가 택한 방식의 결이 좀 다르다는 건데요. 삼성전자는 배당에 무게를 싣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을 앞세웠습니다. 저평가됐다고 판단할 때는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는 편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본 것입니다.

같은 주주환원이라도 회사의 처지와 판단에 따라서 배당이 되기도 하고 자사주 소각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선택 자체가 회사가 자신과 자기 주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좀 길었는데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배당을 볼 때 던져야 할 질문은 배당 수익률이 높으냐 이것뿐만이 아니라 이 배당이 어디서 나오는지, 지속될 수 있는지, 이 회사의 처지에 맞는지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배당 공시만 보고 덥석 매수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 미래를 포기하고 주는 돈은 전혀 고맙지 않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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