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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일회용처럼 다루는 펀드매니저들, AI 쏠림 투자가 위험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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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칩 감별사와 펀드매니저 (배재현 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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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 미국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대신 유연하고 값싼 긱 워커(일회용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펀드 매니저들도 주식을 오래 보유하지 않고 그때그때 가장 뜨거운 종목으로 재빨리 갈아타는 '일회용 투자'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모두가 똑같은 성장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면서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되었습니다. 특히 미래 가치에 의존하는 성장주는 고금리 환경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현재 주식 시장에는 구조적인 위험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 이런 위험들은 결국 금리 프리미엄이라는 형태로 쌓이게 됩니다. 언젠가 자금 이동이 시작될 경우, 채권은 최소한 약세가 완화되지만 주식의 약세는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 하락 위험에 대비하여 채권을 함께 보유하는 자산 배분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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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CIO 배재현입니다.

오늘은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유행을 쫓아서 투자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펩시 콜라로 유명한 미국 펩시코는 감자칩의 중독성을 시험하기 위해서 맛 감별사라는 사람들을 고용하는데요. 중독성을 시험한다고 하니까 뭔가 전문가스럽지 않습니까? 소믈리에나 조향사, 셰프의 느낌도 납니다. 하지만 이들은 정직원이 아니라 계약직입니다. 미국의 고용이 대체로 이렇습니다. 호텔 컨시어지도 배달 기사도 온통 계약직입니다. 심지어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들도 계약직이 더 많습니다. 1970년만 해도 미국 대학 교수 중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은 73%였지만 5년 전 조사로는 32%로 줄었습니다. 아마 지금은 더 적겠죠.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이들을 긱 워커, 즉 일회용 노동자라고 부르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같은 회사에 매일 출근해 같은 일을 하지만 회사는 그들의 경력이나 고용 안정에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 3명 중 1명, 약 5,700만 명이 이런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회사가 정규직 대신 이들을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유연하고 싸고 언제든지 규모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일회용이라는 논리는 노동 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흐름이 펀드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펀드 매니저들이 주식을 점점 일회용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오래 믿고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가장 뜨거운 종목으로 재빨리 갈아탑니다. 물론 이 배경에는 단기적인 성과 평가, 펀드의 벤치마크 대비 추적 오차 한도, 시가총액 중 벤치마크의 구조적 제약, 즉 비싼 주식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이런 것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변명거리는 좀 있기는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모멘텀 투자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말만으로는 좀 설명이 부족합니다. 마치 끝나지 않는 유행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3년 반의 경력을 가진 신입 펀드 매니저가 첫 부임과 동시에 1조 원이 넘는 큰 자금을 맡았는데요. 그는 AI와 기술주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했다고 합니다. 근데 부임 후 2달이 채 안 되는 사이에 그의 두 펀드는 각각 36%와 33% 급락해버렸습니다. 6월에 시작된 글로벌 AI 주식의 조정에 그대로 노출된 탓입니다.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우량 소비재를 고집하던 중국의 한 스타 매니저조차 이 시기에는 굴복을 해버렸는데요. 수년간 지켜왔던 대표 술 제조 기업 주식을 대거 팔고 AI 반도체와 부품주로 갈아탄 겁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몰리면서 많은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가 서로 똑같아진다는 데 있습니다. 똑같은 포트폴리오들은 더욱더 위험에 취약해집니다. 언뜻 보면 유연하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강점 같지만 모두가 함께 움직이다 보니 자금 변동성도 순식간에 증폭됩니다.

게다가 이런 모멘텀 주식이 대부분 성장주라는 데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성장주의 가치는 대부분 먼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기대로 매겨지다 보니까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금리에 특히 취약합니다. 같은 폭의 금리 상승이라도 성장주가 가치주보다 훨씬 아프게 맞습니다. 결국 똑같은 포트폴리오가 만연한 시장은 금리 상승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동안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같은 요인뿐 아니라 생각보다 견조한 성장 같은 요인도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거기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국채 시장의 누적된 과부하도 있습니다. 팬데믹 대응과 늘어난 국방비, 만성적 재정 적자. 이런 것들 때문에 빚으로 빚을 메우는 것까지, 국채 발행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급이 많아지니까 소화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초저금리를 유지하며 돈을 공급해 줬던 일본의 금리마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유동성이 위협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은 성장주 위주의 쏠림에 노출돼 있는 주식 시장을 위협합니다. AI의 수익성이 끊임없이 확신을 요구받는 이유입니다.

결국 일회용 주식을 쫓아다니는 전 세계적인 유행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 쏠림이 안전 자산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여러 위험들이 금리에 프리미엄이라는 형태로 쌓입니다. 즉 금리가 올라가고 안전 자산인 채권의 약세를 만드는 거죠. 하지만 언젠가 자금 이동이 시작되면 채권은 강세를 보이거나 최소한 약세가 완화되지만 주식의 약세는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 금리 상승의 위험에 주식과 채권 모두가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결국 채권을 함께 보유하는 그런 자산 배분이 필수인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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