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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시대, 싱가포르에서 배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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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시대, 싱가포르에서 배울 점 (배재현 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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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 농업 비중이 사실상 0%인 싱가포르는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식량 자급을 시도했지만, 결국 계획을 접고 더 현실적인 목표로 갈아탔습니다.
  •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뛰어난 물류와 180개국이 넘는 조달처 덕분에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식량이 안전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 구조적이고 지리적인 의존은 기술이나 의지로 해결할 수 없었고, 싱가포르는 이를 분산으로 풀어낸 셈입니다.
  •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한국도 마찬가지로, 에너지는 형태를 바꿀 수는 있어도 수입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유가 급등은 각 업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원가 충격입니다.
  • 이럴 때 정유주는 제품 판매 마진과 미리 사둔 원유값이 올라 생기는 이익으로 잠깐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타이밍의 베팅일 뿐 장기 투자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 결국 봐야 할 것은 에너지 비용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가격 결정력, 그리고 싱가포르처럼 폭넓게 분산된 매출처입니다.

스크립트

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CIO 배재현입니다.

요즘 유가가 널을 뛰고 있죠. 이럴 때 한국 투자자들이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를 정유주와 정유가 아닌 다른 업종으로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가포르의 식량과 식수 자립 정책이 여기에 교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먼저 짧게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효율적인 나라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조그만 섬나라라는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습니다. 특히 생존에 필수적인 물과 식량이 서로 다른 이야기와 결말을 갖고 있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물은 거의 완전한 자립을 이뤄냈지만 식량은 자급의 꿈을 조용히 접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오랫동안 식수의 절반 이상을 이웃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했습니다. 1965년 말레이시아 총리가 수도꼭지를 잠글 수 있다라는 표현을 한 것이 알려졌고 싱가포르는 스스로의 취약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이른바 네 개의 수도꼭지, 즉 저수지, 수입, 재생수, 해수 담수화를 갖춤으로써 자립에 성공했습니다.

물의 자립에 성공했으니 식량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싱가포르 경제에서 농업은 사실상 0%나 다름없었고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합니다. 그래서 2019년 전 국토의 1% 미만만 쓰면서 2030년까지 식량의 30%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 라는 30 by 30 계획을 내걸었습니다. 수직 농장. 배양육, 첨단 농업 기술을 총동원한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배양육은 비용과 대량생산의 벽에 수직 채소 재배는 높은 전기 요금의 벽에 가로막혔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싱가포르는 이 계획을 접고 2035년까지 단백질 30%, 섬유질 20%라는 더 현실적인 목표로 갈아탔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변함없이 세계에서 가장 식량이 안전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식량을 직접 생산해서가 아니라 물류가 굉장히 뛰어나고 180개국이 넘는 곳에서 식량을 조달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정답은 자급이 아니라 폭넓은 분산에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잘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구조적이고 지리적인 의존은 기술이나 국가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절대 잊으시면 안 됩니다.

굳이 얘기를 반복해서 하는 이유는 우리가 주식 투자를 할 때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구조적인 것이 있다는 것이 이 중요한 점이기 때문입니다. 물처럼 시장이 없는 곳에서는 대체재를 마련하고 식량처럼 시장이 있는 곳에서는 수입하되, 분산해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싱가포르 정부 스스로 인정한 바와 같이 자립과 안보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뭘까요? 한국은 90%를 훌쩍 넘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합니다. 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그리고 요즘 핫한 반도체까지 이 수입된 에너지로 돌아갑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과 이로 인한 유가 100달러 돌파 같은 상황은 한국 투자자에게 있어서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각 업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원가 충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너지는 형태를 바꿀 수는 있어도 한국 투자자에게 있어서 수입을 피할 수는 없다는 점. 그리고 어떤 금융 기법으로도 충격을 없앨 수 없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파생 상품을 통한 헤지는 충격의 시점을 바꿀 수는 있어도 아래에 깔린 비용을 없애주지는 못합니다.

유가가 뛸 때 정유주 주가도 뜁니다. 그래서 요새 정유주 투자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이것이 장기 투자의 근거가 되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서 제품으로 팔 때의 마진과 사둔 원유값이 올라서 생기는 일시적 이익으로 잠깐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타이밍의 베팅일 뿐 구조적인 수익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마치 싱가포르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배양육 열풍과도 같습니다. 특히 정유주 상승의 막판에 뛰어들었을 경우에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겠죠. 이럴 경우에 이른바 존버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유주의 이후에 업종에 투자하는 이들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위협이 단기에 그치면 피해 업종들이 오히려 강하게 반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관찰된 지속 기간과 불확실성은 베팅을 점점 도박에 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입국 한국의 산업들은 높아진 에너지 비용을 최종 가격에 전가할 수 있을 때에만 이를 일시적 이벤트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떠안아야 합니다. 가격 결정력이 절대적이지 않으면 크든 작든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가격 결정력만큼 중요한 것이 매출처의 다변화입니다. 싱가포르의 식량 수입처가 폭넓게 분산돼서 안정성을 얻은 것처럼 수출국인 한국은 반대로 수출처가 폭넓게 분산되어 있어야 충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가격 결정력이 높은 업종들이 몇 있습니다. 하지만 몇 없는 판매처가 등을 돌리면 쓰러지는 것은 한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으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핵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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