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그동안 AI 산업에서 전력은 데이터 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쉽지 않아 생기는 '병목'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병목이라고 하려면 AI 수요와 데이터 센터 건설 계획이 흔들림 없이 확정돼 있어야 합니다.
- 그런데 대형 데이터 센터 단지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만 3년이 넘게 걸리고, 기존 사용자와 한정된 전력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 여기에 미국 주 정부들의 세제 혜택 철회와 전기료 상승 전망이 겹쳐 짓는 비용도 굴리는 비용도 함께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인의 71%가 자기 동네 데이터 센터에 반대할 만큼 지역사회 저항도 거셉니다.
- 전력은 통행을 늦추는 병목이 아니라 통행량 자체를 줄이는 장애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수요는 여전히 막대하고 기업들도 대응하고 있어, 어느 쪽이 맞다고 함부로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 다만 한국 투자자가 주의할 점은 분명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빅테크의 데이터 센터 수요에 기댄 단순한 산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수요는 전기 요금과 전력망 연결 대기, 세금 표결,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 앞으로의 질문은 전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수요가 위축되지는 않을지, 애초에 계획대로 지을 수 있는지입니다.

스크립트
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CIO 배재현입니다.
오늘은 AI 산업에 꼭 필요한 데이터 센터, 그리고 데이터 센터에 꼭 필요한 전력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전력 때문에 전력 관련주, 원전 관련주 이런 것들이 들쑥날쑥 하기도 하죠.
병목 현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의 목처럼 갑자기 좁아지는 길 때문에 통행의 제약을 받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그동안 AI 산업에서는 원전 한 기에 맞먹는 이 많은 전기를 쓰는 데이터 센터에 전기를 공급하기가 쉽지 않아서 병목이 생긴다고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뭔가를 병목이라고 하려면 목적지로 가는 통행량이 충분히 많은 상태에서 방해를 받아야 병목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정말 통행량, 즉 AI 수요와 데이터 센터 건설 계획이 모두 확정된 상수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전력 부족이라는 병목만 해결되면 계획이 모두 실현될 수 있을까요?
한때 데이터 센터를 모셔오기 위해서 세금을 깎아주던 미국의 주 정부들이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최근 네 개 주가 데이터 센터 세제 혜택을 폐지하거나 중단했고 아홉개 주가 관련 제도를 손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기업 유치 경쟁보다 지역 사회 부담을 먼저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 AI 데이터 센터 건설비가 최대 7%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전력의 위치가 바뀌고 있는 거죠. 즉 해결할 수는 있는데 느려서 병목일 뿐이던 것에서 수요를 저해시킬 수 있는 제약이 될 가능성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우선 이것은 발전소를 더 짓거나 근처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무작정 지었다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빈껍데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대형 캠퍼스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데에만 이제 3년이 넘게 걸린다고 합니다.
시간만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위스콘신에 계획된 데이터 센터 2곳이 필요로 하는 전력만 430만 가구가 쓰는 양과 맞먹습니다. 기존 전력 사용자와 한정된 전력을 두고 경쟁해야 되는 상황이 된 거죠. 결국 전력은 더하면 되는 것에서 지을 수 있는 규모를 제한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비용까지 오릅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용사는 앞으로 3년간 소비자 전기료가 약 3억 달러 늘어날 텐데 상당 부분이 데이터 센터 수요 때문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도 AI 건설붐이 전기료를 2027년까지 6%, 2028년까지 추가로 3% 밀어 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앞서 본 세제 혜택 철회까지 겹치면 짓는 비용도 굴리는 비용도 함께 오릅니다.
지역사회 저항도 생각보다 다양하고 거셉니다. 진영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올 봄에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의 71%가 자기 동네에 데이터 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이 숫자는 원전,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대한 반대보다도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뉴욕 주는 7월에 신규 대형 데이터 센터를 주 전체 차원에서 일시 중단했고 이런 식으로 올해 1분기에만 약 1,300억 달러어치의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중단됐습니다.
지금도 데이터 센터 투자 규모가 너무 큰 건 아닌지 걱정인데 비용은 더 든다 그러고 계획된 설비마저 지어지지 못하거나 더 느리고 비싸게 지어진다면 결국 건설 붐 자체가 느려지게 되겠죠. 싸고 풍부한 AI와 그로 인한 선순환에 대한 기대가 뒤로 미뤄지는 셈입니다. 전력은 통행을 늦추는 병목이 아니라 통행량 자체를 줄이는 장애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이 붐의 끝은 아닙니다. 수요는 여전히 막대하고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합니다. 원전과 가스 계약으로 스스로 발전 사업자가 되고 전기료 부담을 주민에게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데이터 센터 문제는 산업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영역이 되고 있어서 어느 쪽이 맞다고 함부로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주의할 것이 하나 더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칩을 팔아 버는 돈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요에 다 기댄 단순한 산수였습니다. 한마디로 더 지으면 더 판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제 수요는 전기 요금과 개통 대기줄, 세금 표결,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한국은 메모리 공급자이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자체 AI, 데이터 센터를 준비하는 국가 차원에서도 같은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의 질문은 전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전력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없다는 수요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인가. 그리고 애초에 계획대로 지을 수 있는가입니다.
감사합니다.
핵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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