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에베레스트 등반에는 정상이 코앞이어도 정해진 시각이 되면 무조건 하산하는 '턴어라운드 타임'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매년 이 시각을 넘겨 강행하다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옵니다. 쏟은 비용과 시간이 아까워 돌아서지 못하는 것인데, 경제학에서는 이를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근거도 없이 조바심에 덜컥 사면, 언제 팔아야 할지 기준도 없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 확정이 싫어서 오히려 더 사는 물타기를 하게 되는데, 이는 손실이 커질 가능성만 높일 뿐입니다.
- 그래서 살 때부터 왜 사는지, 언제 팔지를 정해두고, 그 기준이 오면 미련 없이 실행해야 합니다. 그간의 노력이 아까워 무리하게 정상으로 향하는 것보다 제때 돌아서는 것이 진짜 용기있는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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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CIO 배재현입니다.
오늘은 투자 실패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 아시죠? 에베레스트 산입니다. 이 에베레스트 정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뭘까요? 등반자의 내적 요인이라면 체력, 등반 실력, 의지 이런 것들이 있을 것이고 외적 요인이라면 장비, 예산, 날씨 같은 것들이 있겠죠. 하지만 노련한 산악인들이 입을 모아서 뽑는 진짜 위험은 다른 데 있다고 합니다.
에베레스트 등반에는 턴어라운드 타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시각까지 정상에 닿지 못했다면 설령 정상이 바로 눈앞에 있어도 무조건 발길을 돌려 하산해야 하는 마지노선을 뜻합니다. 정상 부근에서 시간을 지체해버리면 산소가 바닥나고 해가 진 뒤 하산하다가 조난되거나 심지어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규칙이란 것은 내용도 목적도 단순하기 마련입니다. 살기 위해 내려와라. 간단하죠. 그런데도 매년 이 시각을 넘겨 강행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온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정상을 코앞에 둔 순간 등반가의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남은 거리나 산소의 양이 아닙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쏟은 수천만 원의 비용, 몇 달의 훈련, 그리고 몇 주간의 고통입니다. 여기서 돌아서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이 생각이 안전선을 넘게 만듭니다. 이미 치른 대가가 아까워서 앞으로 닥칠 훨씬 더 큰 위험까지 외면하게 하는 것이죠.
경제학은 이런 것을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이미 지출해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그르치는 거죠.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의 결정은 한 가지 기준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좀처럼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투자자가 겪는 가장 흔한 실패가 산 위에서 벌어지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개 시작은 남들이 다 벌고 있다는 조바심, 이른바 포모입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충분히 알아보지도 않고 사가지고 왜 샀는지 스스로 설명하지도 못하는 자산은 애초에 언제 팔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습니다. 정상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저 남들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호기롭게 뛰어든 종목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합리적인 판단은 지금 이 가격에서 앞으로를 봤을 때 이 종목을 새로 살 만한가 하는 물음에 제대로 답할 수 없다면 이미 잃은 것과 무관하게 정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러지 못합니다. 여기서 파는 순간 손실이 확정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를 합니다. 에베레스트에서 안전선을 넘는 등반가의 심리와 똑같습니다.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서 더 사는 거죠. 주가가 회복되면 다행인데 대개는 손실을 더 키웁니다.
반복되는 실패를 막기 위한 규칙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투자를 시작할 때, 산에 오르기 전에 턴어라운드 타임을 정하듯이 왜 사는지 그리고 언제 팔지 이것을 정해야 됩니다. 조바심에 떠밀려서 근거도 출구도 없이 오르기 시작한 산에서는 언제 돌아서야 할지를 알 수 없습니다. 왜 샀는지를 알아야 이유가 없어졌을 때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팔기로 한 시점이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팔아야 합니다.
에베레스트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은 모두 제시간에 돌아온 사람들입니다. 정상을 밟았는지 안 밟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회는 다음에도 있지만 목숨은 한 번뿐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은 정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 아니라 돌아서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사합니다.
핵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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