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엔화는 환차익과 기업실적(주가)에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양날의 검입니다. 개인 투자자는 환헤지가 마땅치 않고 국내 상장 반도체 ETF도 전부 환노출형이라 환위험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게다가 이들 종목의 주가는 일본 고유 요인보다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미국 반도체주 움직임)에 더 크게 연동되기 때문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엔비디아 등과 함께 담아도 상관관계가 높아 분산 효과는 작습니다.
- 그렇기에 투자 전 환헤지 여부, 통화정책, 밸류에이션을 점검해 자신이 실제로 무엇에 베팅하는지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스크립트
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CIO 배재현입니다.
오늘은 반도체 투자자, 특히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에 이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일학 개미가 늘고 있습니다. 일학 개미의 투자 대상은 상당 부분 반도체 관련주입니다. 반도체 검사장비의 어드반테스트. 식각 장비의 도쿄 일렉트론, 웨이퍼를 자르고 가는 디스코, 메모리의 키옥시아. 최소 매매 단위라는 게 있죠. 이 기준으로 봤을 때 백만 엔이 넘어서 황제주라고 불리는 이름들까지 매수 목록에 오릅니다. 키옥시아에 투자해서 재미를 본 학습 효과도 이 흐름을 강화시킨 것 같습니다.
일학 개미가 일본 반도체 관련주를 사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엔화 약세, 일본 기업의 펀더멘털 그리고 AI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것. 이유는 저마다 그럴듯하지만 결국 반도체를 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려는 대상은 그대로이고 주소만 도쿄로 바뀐 거죠.
한국 투자자에게 있어서 엔화는 양날의 검 같은 겁니다. 엔화는 두 경로로 동시에, 그것도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하나는 내 지갑에 와닿는 원화 환산 손익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실적을 통해서 주가에 닿는 경로입니다. 엔화가 강세로 가면 원화로 환산한 내 수익에는 환차익이 더해집니다. 그러나 바로 엔화 강세가 달러로 벌어서 엔화로 실적을 적는 수출 기업의 이익을 줄이게 되고 이건 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지갑에서 얻은 것을 주가에서 잃는 거죠. 반대로 엔화가 약세로 가면 수출 기업의 실적은 좋아지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나의 원화로 환산할 때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돼 있습니다. 주가에서 얻은 것을 지갑에서 잃는 셈입니다.
환헤지도 마땅치 않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보통 환헤지를 잘 하지 않거나 높은 헤지 비율을 부담스러워합니다. 국내 상장 일본 ETF를 이용하려고 해도 종합지수가 아닌 반도체에 투자하는 상품은 모두 환노출형입니다.
일본 기업의 펀더멘털은 어떨까요? 어드반테스트, 도쿄 일렉트론, 디스코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 기업인 것은 맞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개편 속에서 일본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고 소재, 부품, 장비, 이른바 소부장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라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에 수혜처로 꼽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일학 개미는 이곳을 기초 체력이 튼튼한 안정적 대안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좀 있습니다. 이들의 주가는 일본 고유의 요인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종목들은 미국 반도체 주가 흔들리면 같은 날 함께 급락하고 마이크론이 좋은 실적을 내면 덩달아 두 자릿수로 튀어오릅니다. 주가가 일본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AI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그런 경우도 있을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혹은 엔비디아와 같은 기존 업체들과 함께 일본 종목을 보유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나름 분산 투자처럼 느껴지지만 반도체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 매니저가 아닌 이상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이 함께 움직여서 분산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제조사가 아닌 장비와 소재 회사인 것은 맞지만 높은 상관관계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사실상 분산 없이 환율 위험만 추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압축, 즉 기존 업체들에서 일본 업체로 투자처를 옮긴 것이라면 차별화된 요인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곳으로 주소만 옮겼을 뿐 여전히 같은 베팅입니다.
물론 일본 반도체 업체를 사지 말라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무슨 근거로 샀는지를 스스로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환율과 일본 기업 펀더멘털에 더해 통화 정책과 밸류에이션까지도 확인해야 됩니다. 통화 정책은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 따라 주가와 원화 환산 수익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고, 밸류에이션은 같은 사이클을 사는데 일본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더 비싼 가격을 치를 가치가 있는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했던 노출이 AI와 반도체 사이클이라면 서울이든 뉴욕이든 도쿄든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기업별로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는 물론 있겠지만.
따라서 정말로 일본 장비 기업에 대한 베팅을 한 것이라면 엔화 변동 위험을 제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되는데 만약 여기에 대해서 거부감이 든다면 자신의 투자 근거를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장비 기업을 산 것이 아니라 엔화의 방향을 산 것은 아니었는지 혹은 키옥시아가 떴으니 무턱대고 다른 주식도 좋을 것이라고 산 것은 아니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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