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스위스 다음 순서는 도이체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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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투자자문에서는 2022년 12월 18일부터 매주 일요일 “Chart로 보는 세계 경제”라는 제목의 뉴스 레터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세계적인 은행, 도이체 뱅크의 경영위기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UBS의 크레딧 스위스의 인수 이후 안정되던 세계 금융시장이 도이체 뱅크의 부실 위험이 부각되는 가운데 다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칠지 살펴보겠습니다.

도이체 뱅크의 어려움은 크레딧 스위스 위기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은행이나 기업의 신용도를 판단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신용등급이지만, 신용등급은 정기 평가 혹은 신규 발행 시에 정해지면 자주 바뀌지 않으니(물론 수시 평가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에 주목합니다. CDS 프리미엄이란, 일종의 지급 보증 수수료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파산 위험이 높아지면 보증 수수료가 높아질 것이고, 안정적이라 생각되면 보증 수수료는 내려갈 것입니다.

그런데 아래 <그림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최근 도이체 뱅크(독일, 검정선)의 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확대되는 중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우니크레딧(이탈리아, 녹색선)과 속젠(프랑스, 파랑색선)도 상승하는 중이죠. 그 가운데 도이체 뱅크의 CDS 프리미엄 확대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향으로 주식 가격도 폭락하는 중이며, 주가 수익 배율(PER)도 3.38배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그림 2> 참조). 참고로 배당 수익률은 3.45%, 그리고 주당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비율(PBR)은 단 0.29배에 불과합니다.

<그림 1> 유럽 주요 은행 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 추이(단위 : bp)

출처: Bloomberg

<그림 2> 지난 1년 동안의 도이체 뱅크 주가(단위 : 유)

출처: Bloomberg Markets

도이체 뱅크의 CDS 프리미엄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한 것은 크레딧 스위스(<그림 1>의 붉은선)의 합병 과정에서 코코본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데 있습니다. 코코본드(AT1)란, 은행이 발행한 채권 중 이자율이 높은 대신 경영상의 문제가 생길 때 손실이 발생하는 채권을 뜻합니다.

AT1 채권은 "정부의 비상 지원이 제공되는 등 은행의 존폐 상황에서는 완전히 상각될 수 있다"는 법적 문구가 뚜렷하게 밝혀진 채 발행됩니다. 이에 따라 크레딧 스위스 AT1을 보유한 채권자는 주식 자본에 앞서서 상각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법한 절차라고는 하지만, 코코본드 투자자들로서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3월 유럽 중앙은행이 0.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은 시장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데, 정부마저 도움을 주지 않은 셈입니다.

그럼 독일을 대표하는 은행, 도이체 뱅크마저 무너지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왜냐하면 아래 <표 1>에 나타난 것처럼, 도이체 뱅크의 실적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붉은 박스로 표시된 '보통주 자본비율(CET1 ratio 기준)'이 무려 13.4%에 이를 정도입니다. 통상적으로 이 비율이 8%만 넘어도 우량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감안할 때, 13.4%라는 것은 거의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한국 국내은행의 CET1 ratio는 12.26%이니, 도이체 뱅크가 더 우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판단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죠. 기업의 건전성을 결정하는 것은 자산구조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표 1> 도이체 뱅크 경영실적(2022년 말 기준, 백만 유로)

출처: Deutsche Bank

Deutsche-Bank-Q4-2022-Media-Release.pdf


이렇게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돈을 잘 벌기 때문'입니다. <표 1>에 나타난 것처럼, 2022 회계연도 순이익이 18.0억 유로이니 수익성이 꽤 높은 은행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돈을 잘 버는 이유는 순이자마진(NIM)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중입니다. 순이자 마진이란, 기업의 대출이자와 예금이자 차이를 뜻합니다. 정확하게는 여기에 충당금 설정 비용 등을 포함한, 대출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순이자 마진(NIM)이 1.51%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이자 수익 자산이 9,890억 유로에 이르니 도이체 뱅크의 수익 구조는 아주 탄탄하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출 구조가 엉망이라면 도이체 뱅크의 수익전망이 악화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림 3> 도이체 뱅크의 순이자 마진 추이(단위: %)

출처: Deutsche Bank

Deutsche-Bank-Q4-FY-2022-Presentation.pdf


아래 <그림 4>는 도이체 뱅크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 데, 모기지를 비롯한 개인 고객 부문이 50% 이상을 차지하며 기업 대출이 약 25% 그리고 투자은행 부문이 20% 내외를 차지합니다.

대출이 산업별(부문별)로 잘 분산되어 있는 편이지만,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뱅크런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출 회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죠.  심지어 대출 회수 과정에서 경제 전체가 망가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독일 정부(및 ECB)가 뱅크런 발생 시에 보유자산을 담보로 잡고 유동성 대출을 해주는 게 필수적인 일인데, 이게 코코본드의 손실 위험을 높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요약하자면, 도이체 뱅크는 자기자본비율도 높고 이익 수준도 괜찮아서 망할 것 같지 않습니다만 코코본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뱅크런이 발생할까 두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 충격만 발생하지 는다면, 도이체 뱅크가 크레딧 스위스의 길을 갈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림 4> 도이체 뱅크의 부문별 대출 구성(단위 : %)

출처: Deutsche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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