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의 종말을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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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투자자문에서는 2022년 12월 18일부터 매주 일요일 “Chart로 보는 세계 경제”라는 제목의 뉴스 레터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세계적인 경제지 이코노미스트紙에 실린 칼럼, “AI로 인한 일자리 종말을 걱정 하기는 너무 빠르다(”Don’t fear an AI-induced jobs apocalypse just yet”)”를 통해 기술의 발전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자동화, 로봇, AI 등 기술의 발전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크지 않아 일자리가 급격히 소멸될 것이라는 걱정은 잠시 미뤄두어도 좋을 것 같다는 내용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본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은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 초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방적기의 등장으로 위기를 느낀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후 1950년대의 “자동화”, 1980년대의 “로봇”, “AI” 등 새로운 기술이 급부상하고 일자리 대체에 대한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쏟아지는 관련 출판물들의 양으로 두려움의 크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1> 영어로 출판된 책에서 “자동화, 로봇, AI”가 언급된 양(단위 : %)

출처: The Econimist

그러나 일자리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선진국의 노동시장은 역사적인 기준으로 볼 때 가장 타이트해졌고, 특히 고령화가 노동시장의 수급 여건을 근로자 우위로 만들고 있죠. 예를 들어, 미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문에서 각각 50만 명과 80만 명의 노동력 부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선진국 노동시장은 자동화가 많이 되어서 나타나는 문제보다 자동화가 너무 적게 되어 발생하는 인력 부족의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자동화”, “로봇”, “AI”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노동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로봇의 도입은 초기에 자동차 산업과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컴퓨터 비전과 로봇의 경량화 기술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고, 산업용 로봇의 평균 가격이 2005년 6만 9,000달러에서 2017년 2만 7,000달러로 떨어져 로봇을 활용하는 산업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아래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전세계 산업용 로봇의 재고가 2011년 100만 대에서 2021년에는 350만 대로 증가했습니다.

<그림 2> 전세계 산업용 로봇 재고 (단위 : 백만 대)

출처: The Econimist

로봇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일본의 대형 로봇 제조업체인 Fanuc의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으며, 전세계 공장에 자동화 컨설팅을 제공하는 일본 기업 키엔스의 매출은 24% 증가했습니다. 로봇 제조업체의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할 수 없게 된 인력을 대체할 로봇을 찾던 시기인 2021년 최고점보다는 하락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 20% 정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그림 3 참조).

<그림 3> ROBO(Global Robotics and Automation Index)와 MSCI World Index 추이 (2020=100)

출처: The Econimist

로봇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도입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아래 <그림 4>  제조업 근로자 10,000명 당 산업용 로봇 대수를 보여줍니다. 로봇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한국 기업조차도 산업용 로봇 1대 당 10명의 제조업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에서는 산업용 로봇 1대  당 제조업 근로자 25~40명 수준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세계가 산업용 로봇에 지출한 250억 달러는 전세계 자본 지출(에너지 및 광업 부문 제외)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그림 4> 제조업 근로자 10,000명 당 산업용 로봇 대수

출처: The Econimist

아래 <그림 5>는 미국의 산업 부문 별 근로자 수입니다. 자동화하기 어려운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가 상당합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상황이구요. 산업 장비의 수명은 길기 때문에 오래된 기계를 새 기계로 빨리 교체할 수 없습니다. 사무 업무도 기존 시스템과 기업의 관성 때문에 자동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자동화를 위한 컨설팅을 받는 대신 인도나 필리핀 같은 국가에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즉,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부족할까 걱정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5> 미국의 산업 부문 별 근로자 수(단위 : 백만 명)

출처: The Econimist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한국에서는 커피 제조부터 건설 현장까지 다양한 작업에 로봇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ChatGPT를 도입해 사무 프로세스를 자동화 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대로 정착된다면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들은 아직 완벽하지 않고 하루아침에 우리 삶에 녹아들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노동 시장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엔 시간이 조금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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