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찾아온 일본 주식시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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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주식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닛케이 225지수는 최근 33년 만에 최고치(3만 2,265엔)를 기록했으며, 워런 버핏을 비롯한 수많은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참여가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일본 주식시장의 봄이 다시 시작된 것일까요? 이 의문을 풀어보겠습니다

데이터 출처: trading economics / 데이터 가공: 프리즘 투자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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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225 주가지수(Nikkei225 Stock Index)
- 닛케이 225 주가지수는 1949년 처음으로 산출되었으며
- 닛케이 225 주가지수는 가격가중지수로 고가 주식이 저가 주식에 비해 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설계되어 있음

일본 증시의 장기 침체 원인은?

1990년대 초, 일본 주식시장은 세계 시가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PER이 63배에 이를 정도로 고평가된 상태에서 발생한 두 가지 악재로 주식시장은 기나긴 침체를 경험하게 됩니다.

가장 직접적인 악재는 일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었습니다. 기준금리가 2.5%에서 6.0%까지 인상되며, 주식 투자의 매력이 꺾인 데다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발생한 걸프전으로 강력한 인플레가 발생한 것도 문제를 일으켰죠.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경기가 악화될 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완화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걸프전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물가안정에 무게를 두는 일본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전쟁으로 물가가 치솟는데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금리 인하가 걸프전이 끝난 1991년 7월에야 이뤄졌지만 이때 이미 일본 주식시장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받은 다음이었습니다.

자산시장은 일반적으로 경기의 변화를 반영하지만, 1990년대 초반 일본처럼 자산가격이 반 토막 혹은 그 아래 수준으로 떨어지면 경제도 망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치 하락 규모가 1990년 국내총생산(GDP)의 4배 이상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특히 돈을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했던 이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면서, 은행도 부실화되었고 이게 다시 신용시장을 망가뜨렸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준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이 즉각 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산시장이 망가지는 것을 일본처럼 방치하면, 경제가 회복 불능의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림> 1977년 이후 닛께이225지수와 재할인율 추이

데이터 출처: FRED / 데이터 가공: 프리즘 투자자문.

일본 주식시장은 어떻게 살아났나?

1990년 이후 기나긴 침체에 빠져 있던 일본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아베노믹스’ 시행이었습니다. 아베노믹스란, 간단하게 말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제한에 가까운 돈을 살포하는 정책을 뜻합니다.

경제에 돈을 푸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금리를 인하하는 것입니다. 금리를 인하하면 가계의 저축 욕구가 줄어드는 한편, 기업들의 차입 수요가 늘어나 경제 전반에 돈이 풍족하게 풀립니다. 돈이 풀리면 경제 전반의 신용경색도 사라지고, 자산 시장의 회복 가능성도 높아지죠. 그러나, 일본 중앙은행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한 상황이었기에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일본 중앙은행이 선택한 수단이 바로 양적완화였습니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 직접 자산을 매입하는 것을 뜻합니다. 은행이나 보험, 그리고 연기금이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을 매입하는 순간 자산 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죠. 더 나아가 은행이나 보험 같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늘어나니, 다시 투자나 대출로 자금이 순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중앙은행도 다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자산과 부채를 가집니다. 아래 <그림>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자산 현황인데, 일본 중앙은행(BOJ)이 GDP의 약 129%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산 매입 덕분에 일본 주식시장의 수급이 개선된 것은 물론, 장기 채권 금리도 0.5%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미국과의 금리차가 5% 전후까지 벌어짐에 따라, 일본 엔화도 계속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데이터 출처: Haver Analytics / 데이터 가공: 프리즘 투자자문.

일본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아!

초유의 저금리와 엔화 약세가 결합한 결과,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CI Japan 지수의 PBR은 아직도 1.3배 전후에 불과합니다. 1997년 이후 일본의 평균 PBR이 1.56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평가 상황이 이어지는 셈입니다.

더 나아가 달러로 환산한 일본 주가가 아직도 1999년 수준에 불과하기에,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 주식이 아직 싸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엔화의 강세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일본  주식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9주 연속 상승하면서 ‘단기 과열’의 징후가 보이는 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위험 요인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기대만큼 빨리 완화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연준이 만에 하나 7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재개한다면, 이는 엔화가치의 추가적인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 전망은 밝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 출처: Bloomberg. / 데이터 가공: 프리즘 투자자문.

⭐핵심 요약⭐

일본 닛케이 225지수가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엔화 약세가 합쳐져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달러 기준으로 볼 때 아직 저평가 레벨에 있는 게 글로벌 자금의 유입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의 증가 가능성, 그리고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있어 단기 조정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