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금리 급락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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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금리, 특히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8%(11월 3일 기준)까지 내려가 고점 대비 거의 0.5% 포인트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미국 금리 급등 이후 나스닥 등 성장주가 일제히 조정을 받고, 한국 등 이머징 시장이 동반 폭락한 것을 감안할 때 가슴을 쓸어내리는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이유로 금리가 하락했고, 또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추이


시장 금리 하락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 국채 금리의 하락을 유발한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고용 보고서’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비농업 부문의 신규 취업자 수가 15.0만 명에 그쳐,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17.0만 명 전후)을 밑돈 것이 결정적이었죠.

물론 이와 같은 부진은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의 파업으로 자동차 산업의 고용이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한 탓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를 제외한 민간 부문의 신규 고용이 10만 명을 하회한 것에 대해 ‘경기 둔화’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경기가 앞으로 나빠진다면, 기업이나 가계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에 채권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표> 미국 산업별 신규 취업자 수(천 명)

노동생산성 증가가 더 직접적인 요인인 듯

그러나 이상의 분석에는 한 가지 흠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 채권금리의 하락이 고용보고서 발표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죠. 즉 부진한 고용지표는 금리 하락의 속도를 더욱 가파르게 만든 요인이지, 이것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이전보다 더 온건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저는 최근 발표된 노동생산성 지표의 개선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생산성이란, 경제 내 전체 노동투입시간으로 GDP(국내총생산)를 나눈 것입니다. 즉 한 시간에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냈는지 측정한 것이죠.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생산성의 향상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근로자 임금이 계속 인상된다면 결국 제품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아래 첫 번째 <그림>은 미국의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질임금의 상승 속도가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를 넘어섰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변화를 함께 측정한 지표가 바로 ‘단위노동비용’인데, 이는 임금상승률에서 생산성 향상률을 뺀 것입니다. 아래의 두 번째 <그림>을 보면, 단위노동비용이 올라가면 경제 전반의 물가(Core PCE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단위노동비용이 떨어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아직 플러스 레벨이기에, 인플레 압력이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10월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전월에 비해 0.2%, 그리고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에 그칠 정도로 떨어졌기에 단위노동비용의 하락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따라서 12월 연준의 금리인상 확률이 크게 낮아지는 한편, 정책기조 변화 기대가 당분간 더 부각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림> 미국의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추이(1953년 9월=100)

<그림> 미국의 단위노동비용 상승률과 Core PCE 물가 상승률(%)


️⭐핵심 요약⭐

  1. 최근 미국 시장금리 급락을 유발한 직접적 원인은 부진한 고용 보고서 때문이었습니다.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수가 15만 명에 그친 데다, 실업률이 소폭 상승했으니 말입니다.
  2. 그러나 고용 보고서 발표 이전부터 시장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생산성 향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생산성의 향상은 기업의 가격 인상 압력을 낮추기 때문이죠.
  3. 따라서 12월 미 연준의 금리인상 확률이 크게 낮아졌으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