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연금은 어떻게 ‘잃어버린 30년’ 속에 놀라운 성과를 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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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깼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33년 동안 일본의 상장기업 주가가 단 1%도 못 올랐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일본 국민연금의 성과는 전혀 딴판입니다. 주가가 30년째 제자리 걸음하고 국채 금리가 제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연금(GPIF)은 지난 10년 동안 5.19% 그리고 20년 동안 4.17%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Annual Report / 프리즘 투자자문 작성.

일본 자산시장 상황은?

일본경제가 30년째 제자리걸음 하는 이유는 자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된 데 있었습니다. 1990년 주식, 1991년 부동산이 차례대로 폭락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강력한 충격이 발생했습니다. 대출을 받아 집이나 주식을 산 사람들이 청산되는 가운데, 은행이 막대한 부실채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1990년대 중반 제로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 정부도 강력한 재정정책을 펼쳤지만, 자산시장은 금방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출처: FRED

주가 부동산이 다 빠졌는데, GPIF는 어떻게?

GPIF는 주식 50%, 채권 50%의 자산 배분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더 세부적으로 보면, 일본 국내 주식 25%, 해외주식 25%, 일본 국내 채권 25%, 해외채권 25%라는 아주 단순한 자산 배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성과가 나올까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일본 국내 자산 뿐만 아니라 해외 자산에 적절히 투자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그림>을 보면, 일본의 명목 GDP 성장률이 부진한 시기에 GPIF 수익률이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죠? 일본 경제가 어려울 때 국내 자산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지만, 해외 자산이 수익률을 만회해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 번 돈을 이용해 적절히 리밸런싱한 것도 수익률을 개선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즉, 일본의 주식이나 채권 가격이 부진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저가매수함으로써 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반등으로 성과를 개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출처: GPIF

좋은 수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GPIF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5.19% 그리고 20년 동안 4.17% 성과를 거둔 것을 ‘놀라운’ 성과로 표현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국민연금은 ‘인플레’를 반영해 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적인 수익률이 연금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GPIF의 20년 실질성과는 3.81%를 기록한 반면, 한국 국민연금은 3.22%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한국 국민연금도 대단히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죠. 그러나 GPIF가 실질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기록했을 수도 있음을 알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만에 하나 한국이 (일본형) 장기 불황을 겪는다고 할지라도, 해외자산에 투자하고 적기에 리밸런싱 한다면 충분히 안정적인 성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출처: Annual Report / 프리즘 투자자문 작성.

⭐핵심 요약⭐

  1. 일본 국민연금(GPIF)는 지난 20년 평균 4.17% 10년 평균 5.19%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둠.
  2.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성과(20년 기준)가 3.81%로, 같은 기간 한국 국민연금의 3.22%를 제쳤음.
  3. 30년에 걸친 자산시장의 부진과 제로 성장에도 불구하고 GPIF가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은 1) 자산의 절반을 해외에 투자한 데다 2) 특정 자산 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리밸런싱을 했기 때문.
  4. 따라서 우리 경제가 만에 하나, 장기불황을 겪는다 해도 자산배분 투자의 효력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