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떻게 중진국 함정을 탈출했나

프리즘 투자자문에서는 2022년 12월 18일부터 매주 일요일 “Chart로 보는 세계 경제”라는 제목의 뉴스 레터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세계은행(WB)이 함께 작성한 흥미로운 보고서(”Innovative Korea Report: 혁신과 기술을 활용한 경제개발 성공사례”)을 소개합니다. 아래 <그림 0.2>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은 1960년대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국가에서 2019년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의 50%를 넘어서는 선진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어떻게 이런 위업이 가능했는지 자세히 분석합니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에게 좋은 위안이 될 보고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국가가 중진국(위의 <그림 0.2>에서는 미국 1인당 국민소득의 10%에서 50% 사이의 국가)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경제를 개방하고 정부가 선진국 원조를 활용해 교육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어느 정도) 활용하는 것 만으로 경제 성장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흔히 중진국 레벨에 도달하면 이게 힘들어집니다. 일단 농촌지역에서 끝없이 공급되는 값싼 노동력이 고갈되고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토지가격도 급등하는 것입니다. 값싼 노동력과 토지 가격에 이끌려 저소득 국가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때, 이를 대체할 국내의 자생적인 산업기반이 부족할 경우에는 성장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이를 흔히 중진국 함정(=1인 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초반의 벽)이라고 부르죠.


한국은 2000년을 전후해 중진국 함정 탈출!

아래 <그림 0.1>의 녹색선이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의 1인 당 소득을 보여주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계화의 흐름이 약화되고 무역전쟁이 촉발되는 환경에서 개도국이 큰 타격을 받은 반면, 진한 파란 선으로 표시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즉, 한국은 중진국 함정을 빠져나온 유이한 나라(다른 한 나라는 대만)임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을 전후해 생산성 주도 성장 중!

90년대 초반, 한국도 중진국 함정의 징후가 뚜렷해졌습니다.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주택가격의 급등, 그리고 실질임금의 상승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1994년 중국, 1996년 일본이 통화가치를 떨어뜨린 반면 한국 원화 가치가 안정을 유지했기에 상대적인 경쟁력 마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 결과,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말았죠.

그러나 한국은 이때부터 새로운 성장 경로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산성 주도’ 성장이죠. 아래의 <그림 0.3>은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요인 별로 분해한 것입니다. 진한 파란 막대가 노동력의 투입이 유발한 경제성장이며, 하늘색 막대는 노동력의 질적 수준 변화를 나타냅니다. 청록색 막대는 자본투입량의 기여인데,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한 배경이 바로 자본투입량의 급격한 증가 때문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황색 막대는 TFP(총요소생산성)의 기여를 보여줍니다.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력 및 자본 투입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제성장률을 의미하죠. 아마도 기술 혁신, 자본과 노동의 배치 변화, 근로자들의 의지 등등이 합쳐져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OECD 가입국가는 자본이나 노동력 투입보다 총요소생산성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외환위기(1997~1998)을 경과하면서부터 자본투입량의 변화보다는 총요소생산성의 변화가 경제성장률을 좌우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접어들어 한국의 성장 탄력이 둔화된 이유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2023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단 1.4%에 그치는 등 경제성장의 탄력이 둔화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 해답은 서비스 및 농업부문의 지체에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 0.6>의 a파트는 부가가치 기준 각 부문의 비중을 보여주며, b은 각 부문의 고용 비중을 나타냅니다. 가장 진한 파란 영역이 농업, 하늘색 영역은 광업 진한 청록색은 제조업 주황 영역은 건설업 그리고 옅은 청록색은 서비스업입니다.

한국 경제의 문제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농업이 부가가치에서 차이자하는 비중은 0%로 수렴 중인데 고용은 아직 5%가 넘습니다. 생산성이란, 투입된 노동력 대비 부가가치를 뜻하니 농업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갉아먹는 중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발생한 사과 파동이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죠.

더 큰 문제는 서비스업입니다. 고용은 전체의 75% 가까이 차지하면서 부가가치의 기여도는 6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소매/숙박/요식업 등 경쟁이 너무나 치열한 곳에 많은 이들이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죠. 자영업 부실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이유가 잘 설명된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서비스 부문의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기업농을 육성하는 한편, 서비스 부문의 과도한 경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땅을 팔고 가게를 접은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희망은 ICT 산업 육성!

경제 전반의 고용 부진 위험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성장산업의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산업의 일자리가 하나 생길 때, 그 주변에 4~5개의 일자리가 추가적으로 생기기 때문이죠. 혁신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고소득 근로자들이 소비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일자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한국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에 가장 높은 정보통신산업(ICT) 비중을 가지고 있으며, 또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적절한 고등교육 투자와 산업 구조조정이 유발하는 고통을 덜어줄 재분배 정책이 가세한다면 한국경제가 앞으로도 혁신 국가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