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2023년 우리 경제에 대해 예측하면서, 소비자 물가가 연간으로 3% 초반 전후의 상승률에 그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인플레 압력이 약화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환율의 하락 압력이 높기 때문인데, 오늘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상승 원인은? 달러 강세!
2022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한 때 1,400원 대를 넘어서며 강력한 인플레를 유발했는데, 이는 대부분 달러 강세로 설명됩니다. 달러화가 유로나 엔 그리고 중국 위안 등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가치가 상승한 영향을 한국이 고스란히 받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초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88원 전후였다 11월 말 1,317원을 기록해 약 10.8% 상승했는데, 달러 가치는 같은 기간 7.2% 상승했습니다. 즉 한국 원화 환율과 달러 가치의 변화 방향은 거의 일치했던 셈입니다. 물론 한국 원화 환율의 상승률이 달러 가치의 상승률보다 더 높았습니다 만, 이는 경기 요인이 가세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림 1> 달러 가치(2007.12=100) vs.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추이
달러가치(Dollar index)는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26개 나라와의 환율을 무역 비중에 따라 가중 평균한 것. 예를 들어 중국의 비중은 14.8%이며 한국 비중은 3.5%, 유로는 19.6%를 차지함.
경기는 어떻게 환율에 영향을 미치나?
경기는 외환시장에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또 소멸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2008년이나 2020년처럼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며 어떤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될 때에는 한국 등 이른바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서 자금이 유출됩니다. 상대적으로 국가의 재정이 부실하고, 또 금융 시장의 안정성도 낮을 것이기 때문이죠. 즉 손실을 입을 것이라 걱정하는 이들이 해외에 투자했던 돈을 미국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나라로 회수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의 파산 위험이 낮아질 때에는 상대적으로 신용 등급이 낮은 채권, 즉 Junk Bond도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경기가 좋을 때에는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한국 등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 유입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곤 합니다.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했던 것은 불황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며 신용 스프레드가 높아지고, 이게 다시 이머징 마켓에서의 자금 유출로 이어졌던 셈입니다. 다행히, 최근 회사채 스프레드가 내려가는 중이니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림 2>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vs. 미국 Junk Bond Spread(%p)
채권 스프레드(Spread)란?
만기가 같은 국채와 회사채 사이의 금리 차이를 뜻한다. 예를 들어, BB등급의 회사채 금리가 10%이고 국채 금리가 4%라면 스프레드는 6% 포인트에 이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BB 등급 채권의 스프레드는 3% 포인트 전후이니, 이 보다 높으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고 신용 경색 현상이 심한 것으로 간주된다.
달러 가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없나?
미국 달러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금리 격차 때문이었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는 12월 9일 기준 3.59%를 기록하고 있는데, 독일은 1.92% 일본은 0.25%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11월 초에는 미국 4.23% 독일 2.34% 일본 0.25%로 금리 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컸습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의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되면 달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반대로 미국 금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지 않으면 달러 강세가 진정됩니다. 따라서 달러의 미래 변화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 특히 정책 금리의 변화를 예측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 3> 미국(주황선)과 독일(파란선), 일본(녹색선)의 장기금리 추이
미국 정책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달러의 강세는 결국 미국 금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참고로 11월 말 기준, 미국은 4.00%인 반면 유럽은 2.00% 한국은 3.25% 수준입니다.
정책 금리의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바로 미국의 노동 시장 여건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좋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그림 4>에 나타난 것처럼, 2022년 11월 미국 실업률은 3.7%로 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것처럼, 인플레 압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는 것은 결국 노동 시장의 여건이 매우 견조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미국 실업률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기에, 정책 금리의 인상 폭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물론 2023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2023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00원대에 안착하는 것은 물론 하반기에는 1,200원 돌파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간에 이 부분을 자세히 말씀드릴 것을 약속하며, 글을 이만 줄이려 합니다.
<그림 4> 미국 정책 금리와 실업률의 관계
⭐ 핵심 요약 ⭐
-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2022년 초 1,188원 전후였다 11월 말 1,317원을 기록해 약 10.8% 상승했고, 같은 기간 달러 가치는 7.2% 상승함.
- 한국 원화 환율의 상승률이 달러 가치의 상승률보다 더 높은 이유는 불황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며 신용 스프레드가 높아지자 이머징 마켓에서의 자금 유출로 이어졌기 때문임.
- 최근 회사채 스프레드가 내려가고 있어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됨.
- 미국 달러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금리 격차이며, 결국 미국의 노동 시장 여건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좋아서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음.
- 그러나 미국 실업률의 하락 흐름이 멈춘 것은 물론 이제 본격적인 상승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에,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도 2023년에는 1,200원 대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