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와 엔, 그리고 중국 위안화는 얼마나 저평가되었나?

최근 달러의 강세 속에 아시아 주요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각국 통화의 실질실효환율 추이를 통해, 저평가/고평가 여부를 측정해보려 합니다. 각국 통화의 가치가 매우 저평가되어 있다면 추가적인 가치 하락의 위험은 낮을 것이며, 반대로 고평가된 상태라면 달러 강세의 충격을 앞으로 더 크게 받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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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REER)
- 각국 통화의 적정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량과 상대적인 물가 수준을 종합하여 평가.
- 기준이 되는 시기에 비해 상승하면 고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반대로 하락하면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음.

달러는 얼마나 고평가되었나?

실질 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달러의 가치를 측정하면, 2001년 이후 약 5% 고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통화의 가치가 고평가 되었다는 것은 곧, 그 나라 화폐의 가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죠. 그리고 통화가치가 고평가 된 나라의 국민들은 해외의 상품을 더 선호할 것이기에,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반대로 유로화의 가치는 이제 2001년 수준으로 회귀했습니다. 유로화의 가치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고평가 영역에 있다, 이제야 적정 가치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유로의 약세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많다면 통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2001년을 기점으로 비교하는 이유는 유로화의 출범이 1999년이기 때문입니다. 달러의 패권을 위협할 가장 강력한 세력의 등장을 전후한 시점부터 가치를 측정하는 게 타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1> 1994년 이후 달러 및 유로의 실질실효환율 추이

출처 : FRED

아시아 통화의 가치는?

유로화에 이어 아시아 통화의 가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국 원화의 가치는 2001년 수준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즉 한국 원화가 크게 저평가되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반면 일본 엔화는 아주 심각한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2001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의 가치밖에 지니지 못하니, 일본이 장기간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자국 물가가 안정되어 있기에, 해외에서 수입된 상품을 매수하는 데 적극성을 띄기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중국 위안화의 가치인데, 2001년에 비해 약 30% 이상 고평가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 등 주요 교역 상대국에 비해 중국의 물가가 더 많이 오른 탓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환율은 2001년 초 1달러에 대해 8.27 수준이던 것이 2022년 10월 중순에는 7.19 수준으로 떨어졌죠. 즉 달러에 대한 환율이 떨어진 데다, 중국의 물가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오른 탓에 중국 위안화 환율이 매우 고평가되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 2> 2001년 이후 한국 원화와 일본 엔, 그리고 중국 위안화 실질실효 환율 추이

출처 : FRED

영국과 터키 통화의 가치는?

마지막으로 최근 가장 약세를 보이는 통화, 영국 파운드화와 터키 리라화의 실질실효환율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두 나라 모두 2001년에 비해 각각 20%와 30% 정도 가치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 파운드 화는 2016년 브렉시트 때 약세로 돌아선 이후, 다시 역사상 최저 수준을 향해 떨어지는 중입니다. 터키 리라화는 2010년 전후까지 거의 50% 이상의 가치 상승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가치 하락을 경험 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일시적인 과대 평가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터키를 떠나면서 이제는 극심한 저평가의 영역에 접어들었다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림 3> 2001년 이후 터키 리리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실질실효 환율 추이

출처 : FRED

⭐ 핵심 요약 ⭐

최근 미국 달러를 제외한 주요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어떤 통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가장 저평가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1. 각국 통화의 가치가 저평가/고평가 되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국제결제은행(BIS)이 제공하는 실질실효환율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2. 200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일본의 엔화 가치가 거의 50% 가까이 하락했다.
  3. 그 다음으로 터키 리라화와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각각 30%와 20% 전후 떨어졌다.
  4. 반면 한국 원화와 유로화의 가치는 약 5% 전후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어,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5. 달러에 대해 주요 통화의 가치가 떨어진 반면, 중국 위안화의 가치는 약 30% 이상 상승하여 대조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