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증시, 강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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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성과가 좋은 시장을 고르라고 하면 미국 나스닥이나 일본증시를 첫 손에 꼽을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을 빼놓고 강세장 이야기를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아르헨티나 증시의 성과를 측정한 기준은 달러로 측정된 주가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워낙 긴 시간 동안 하이퍼 인플레(월 20% 이상의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현상)에 시달리면서 환율이 불안정했기에 아르헨티나 페소화 기준으로 주가를 측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르헨티나 증시 강세의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림> MSCI 아르헨티나 지수 추종 ETF(파란선) vs. 미국 나스닥 100지수 추종 ETF(붉은선)

출처: 구글 파이낸스

6차례 연속 금리인하!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가장 직접적 이유는 금리인하 때문입니다. 지난 해 말 대선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아르헨티나 정책금리는 6번 연속 인하되어, 기존 126%에서 40%까지 떨어졌습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약 300%에 이르는 심각한 인플레를 경험하다, 2024년 4월 월간 상승률이 8.8%로 둔화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8.8%는 매우 높은 월간 상률이지만, 월 20% 이상 물가가 오르던 지난 해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인플레가 진정된 가장 직접적 원인은 페소화 가치의 상승 때문입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는 무려 25% 상승해, 2024년 중 가장 강세를 보인 통화로 등극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월급 혹은 이자를 받으면 즉시 달러화로 환전해 두거나, 밀가루와 쇠고기 같은 식량을 쟁여두는 게 일상사였습니다. 인플레가 워낙 일상화되다 보니 현금을 보유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몇 개월 동안은 사람들이 “한번 믿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달러(및 식료품) 사재기를 중단한 것이 환율 및 물가 안정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림> 아르헨티나 정책금리(붉은선)와 소비자물가 상승률(검정막대)

출처: 블룸버그 회색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은 밀레이 대통령 당선 이후를 나타냄.

신뢰를 얻은 이유는?

밀레이 정부가 국민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이유는 ‘재정긴축’ 정책을 공언하는 한편 공공부문에서 만 무려 7감 개의 일자리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과거 아르헨티나 정부는 다양한 선심성 예산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주었는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의 이용요금이 6센트인게 대표적입니다. 정치인들은 이 과정에서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고, 또 국민들은 싼값에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모두가 윈-윈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부풀어 오른 국가부채 문제는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습니다.

2001년 발생한 약 82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와 2005년의 채무 재조정, 그리고 2010년의 2차 재무 재조정을 통해 외채의 약 93%를 탕감 받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대외 신인도는 바닥까지 추락했던 것입니다. 이 마저도 갚지 못해 2020년에 또 다시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어떤 외국인 투자자도 아르헨티나 채권을 사지 않으니, 정부 재정적자를 메울 방법은 중앙은행의 윤전기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지폐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충당하는 일을 국민들이 눈치채지 못할 때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결국은 밝혀지게 됩니다. 일단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을 국내로 가져오지 않고, 인맥을 가진 사람들이 매점매석에 나서면서 인플레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재정긴축의 깃발을 내건 이유가 여기에 있죠. 만성적인 인플레를 해결하고, 아르헨티나의 신용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줄이는 한편 방만한 공공부문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설마 공약을 실행할까” 반신반의하던 글로벌 투자자들부터 아르헨티나 국채를 매수하고,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페소화로 바꾸고, 국민들의 식료품 사재기가 줄어들면서 주식시장의 급격한 반등이 출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요?

아직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정부 예산을 결정하는 곳은 국회입니다. 아르헨티나 국회가 밀레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한정적입니다. 그리고 밀레이 대통령의 추진력이 고갈되는 징후가 보이면, 지체없이 아르헨티나 주식과 채권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수 천 아니 수 만명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밀레이 대통령, 더 나아가 아르헨티나의 운명은 얼마나 정치인들이 개혁정책을 수용하고 또 제도화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IMF, 프리즘 투자자문 작성 2015~2017년에는 IMF가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 통계를 제공하지 않음.

결론 및 요약

밀레이 대통령 당선 이후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페소화 가치가 상승하는 한편,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ETF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이 정치권의 반대를 잠재우고 재정긴축 정책을 효과적으로 밀고 나가느냐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재정긴축은 국민들의 소득을 감퇴시키며, 지지율의 하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