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11월 '소비자물가'는 금융 시장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었습니다. <그림 1>에 표시된 것처럼 전월 대비 상승률이 0.1%에 그친 데다, <그림 2>에 표시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상승률이 7.1%로 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50% 전후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보다 자세히 미국 인플레 완화 원인을 살펴보는 한편,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예상해 보겠습니다.
<그림 1> 미국 소비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 추이(MoM, %)
<그림 2> 소비자물가(파란 선)와 근원 소비자물가(붉은 선) 상승률 추이(YoY, %)
<그림 3>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미국 인플레 완화 원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1%에 그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중고차 및 에너지 가격의 폭락 때문이었습니다(<그림 4> 참조). 반면 식료품 및 집세 물가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여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다만, 집세 물가가 2023년 초를 고비로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플레 정점’ 경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림 4> 주요 품목 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월 대비,%)
인플레의 정점을 경과한 것으로 보는 이유는?
최근 물가 불안을 주도하는 두 품목, 식료품 및 집세 물가의 하락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입니다. <그림 5>는 미국 식료품 물가와 국제 식량 가격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국제 식량 가격이 떨어진 다음 6~9개월 전후의 시차를 두고 식료품 가격이 안정을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존에 보유 재고 문제와 소매업 및 요식 업계가 소규모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행동을 뒤따르는 경향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 집세 물가 역시 2022년 말에서 2023년 1분기 사이에 정점을 치고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적인 프롭테크 회사 질로우에서 발표하는 렌트 가격 지수(Zillow Rent Price)는 3월 이후 패닉을 일으키면서 떨어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이후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 이 흐름이 금방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식료품 및 집세 물가 모두 2022년 말을 전후해 정점을 치고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봅니다.
<그림 5> 국제 식량 가격과 미국 식료품 물가 추이
<그림 6> 질로우 렌트 가격 지수(붉은선)와 집세 물가(노란선)의 관계
불안 요인은 없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기상이변’입니다. 2021년 말의 텍사스 눈 폭풍 사태가 에너지 부문 전반에 강력한 가격 상승을 일으킨 것처럼, 북반구 겨울이 평년보다 더 기온이 내려가는 경우에는 다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의료비 등 이른바 ‘경직성 물가’ 부문의 상승 탄력이 꺾이지 않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억제되었던 가격 인상 압력이 최근 터져 나오는 중이기에 이 부문의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따라서 2023년 초까지는 인플레율이 급격히 떨어지기보다는 완만한 하락 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신 2023년 2분기부터는 기저 효과(Base Effect)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 7> 유럽 천연가스 가격 추이
⭐ 핵심 요약 ⭐
-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에 비해 0.1% 그리고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상승했다.
- 인플레 압력이 둔화되자 미국 국채 금리(10년)는 3.50% 전후까지 하락했다.
- 인플레 압력이 둔화된 직접적인 이유는 중고차 및 에너지 가격의 폭락 때문이다. 식료품 및 집세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지만, 인플레 정점은 경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 국제 식량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데다, 질로우의 렌트 가격 지수가 3월 이후 하락하고 있어 물가 불안을 주도하는 식료품 및 집세 물가가 2022년 말을 전후해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초까지는 완만한 하락 흐름을 보이나, 기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023년 2분기부터는 3%대로 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