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는 금융 시장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었습니다. <그림 1>에 표시된 것처럼 전월 대비 상승률이 0.4%에 그친 데다, <그림 2>에 표시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상승률이 7.7%로 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829%까지 떨어졌습니다. 보다 자세히 미국 인플레 압력 둔화의 원인을 살펴보는 한편,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예상해 보겠습니다.
<그림 1> 미국 소비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 추이(MoM, %)
<그림 2> 소비자물가(파란 선)와 근원 소비자물가(붉은 선) 상승률 추이(YoY, %)
<그림 3>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미국 인플레 압력 둔화 원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7%에 그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중고차 가격의 폭락 때문이었습니다(<그림 4> 참조). 반면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한 데다, 집세 및 교통 요금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여전히 물가의 절대 레벨은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정점은 경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림 4> 주요 품목 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월 대비,%)
인플레의 정점을 경과한 것으로 보는 이유는?
최근 물가 불안을 주도하는 두 품목, 식료품 및 집세 물가의 하락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입니다. <그림 5>는 미국 식료품 물가와 국제 식량 가격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국제 식량가격이 하락한 후 약 6~9개월 전후의 시차를 두고 식료품 가격이 안정을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 보유 재고 문제와 소매업 및 요식업계가 분산되어 있고 또 영세하다는 게 후행성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더 나아가 집세 물가 역시 2022년 말에서 2023년 1분기 사이에 정점을 치고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적인 프롭테크 회사 질로우에서 발표하는 렌트 물가지수(Zillow Rent Price)는 3월 이후 패닉을 일으키면서 떨어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이후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 이 흐름이 금방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식료품 및 집세 물가 모두 2022년 말을 전후해 정점을 치고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봅니다.
<그림 5> 국제 식량 가격과 미국 식료품 물가 추이
<그림 6> 질로우 렌트가격 지수(붉은선)와 집세 물가(노란선)의 관계
불안 요인은 없나?
뉴욕 연은에서 발표하는 잠재 물가 압력지수(NY Fed UIG)는 경제 전반의 인플레 방향을 측정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되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이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한 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꽤 변동성이 큰 지표라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 급격한 변동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겠죠. 아마도 식료품이나 에너지, 그리고 중고차처럼 사람들의 쏠림 현상이 바로 가격 변화로 연결되는 품목의 비중이 높기에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인플레 위험이 재부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북미와 아르헨티나 등 주요 곡창 지대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거나 유럽이 유래 없는 혹한을 경험한다면 인플레 압력은 다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돌발 변수를 우리가 미리 파악할 방법이 없으니, 현재까지 주어진 정보로는 인플레가 이미 피크를 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림 5> 뉴욕 연은이 발표한 잠재 물가 압력지수(UIG)와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추이
⭐ 핵심 요약 ⭐
-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에 비해 0.4% 그리고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7% 상승했다.
- 인플레 압력이 둔화되자 미국 국채 금리(10년)는 3.829%까지 하락했다.
- 인플레 압력이 둔화된 직접적인 이유는 중고차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집세 및 교통 요금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여전히 물가는 높은 수준이지만, 인플레 정점은 경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 국제 식량 가격이 급락했고, 질로우의 렌트 물가지수가 3월 이후 하락하고 있어 물가 불안을 주도하는 식료품 및 집세 물가가 2022년 말을 전후해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변동성이 꽤 큰 지표이므로 북미와 아르헨티나 등 주요 곡창 지대에 가뭄이 발생하거나 유럽이 유래 없는 혹한을 경험한다면 인플레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으나, 현재까지 주어진 정보로는 인플레가 이미 피크를 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