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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산배분인가?

안녕하세요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홍춘욱입니다.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유난히 큽니다. 하루는 크게 밀리고, 다음 날은 크게 오르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장세에서는 마음이 편안하기 어렵습니다. 애써 나누어 둔 자산들이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제가 늘 붙들고 있는 질문 하나를 고객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위기가 언제 올지 모른다면, 그때 무엇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가."

위기를 예측해 피한다는 접근, 그 방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시장이 언제 무너질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때 가장 신뢰받던 불황 예고 지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장단기 금리차입니다.
보통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데, 이것이 역전되면 얼마 뒤 불황이 뒤따르곤 했습니다. 1979년, 1989년, 2000년, 2007년 — 여러 차례 들어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지표는 2019년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2022년에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습니다.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금리 역전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불황 대신 AI가 이끈 혁신과 함께 호황이 찾아왔습니다.

오랫동안 신뢰받던 신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불황을 미리 예측해 회피한다"는 전략은 근본에서부터 재검토가 필요해졌습니다.

예측 대신, '버티는' 방향으로

언제 올지 예측할 수 없다면, 대응의 방향은 분명해집니다.
위기가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 두는 것 — 바로 자산배분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유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위기의 유형마다 유효한 '대응 자산'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감기에는 감기약이, 소화불량에는 소화제가 필요하듯, 위기 역시 성격을 파악해야 적절한 처방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 '외화'

이는 국내에서 촉발된 위기였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갑작스럽게 종료되며 국가가 벌어들이는 외화가 감소했고, 유입되던 외국 자금마저 멈춰 섰습니다.

본래 이러한 상황에서는 처방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금리 인하로 내수를 진작하고, 환율 상승을 수용해 수출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환율 상승을 억제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당시 종합금융회사들이 위험한 구조의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3개월간 빌린 자금으로 10년 만기 대출을 실행한" 셈입니다. 빌린 돈은 곧 상환해야 하는데 운용한 자금은 장기간 회수되지 않으니, 애초에 취약한 구조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800원에 빌린 달러를 1,200원에 상환해야 하므로 그대로 50%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환율을 인위적으로 억눌렀습니다.

그러나 태국발 위기가 확산되고 대통령 선거까지 겹치면서 결국 방어선이 무너졌습니다. 환율은 2,000원까지, 우량 회사채 금리마저 2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시기에 자산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외화를 보유한 경우'였습니다.
달러·엔과 같은 외화 자산이 이 위기의 방어책이었던 셈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 '선진국 장기채권'

이 경우에는 외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은행과 같은 핵심 금융기관이 붕괴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주식·부동산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붕괴 과정은 도미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자금난에 처한 A은행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합니다. 그러면 동일한 자산을 보유한 B은행의 장부가치도 함께 하락하고, B 역시 매각에 나서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연쇄적인 붕괴가 진행됩니다.

이 연쇄를 멈출 수 있는 주체는 중앙은행뿐입니다.
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 순간 기존에 발행된 고금리 채권의 가치가 급등하고 특히 만기가 긴 장기채권일수록 상승 폭이 큽니다.

따라서 이 위기의 방어책은 미국 등 선진국 장기채권이었습니다. 주식이 하락할 때 오히려 가치가 상승하며 방어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형 스태그플레이션 — '금'

가장 대응이 까다로운 유형이자, 현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는 높은데 경기는 침체된' 상황을 의미하며, 1970년대 오일쇼크,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유가가 상승하면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어 경기는 위축되는 반면, 물가는 오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시기에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한다는 점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의 저금리 채권은 매력이 떨어지고, 기술주는 특히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들 기업은 미래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여서,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평상시 방어 자산이던 채권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때 대안이 될 수 있는 자산이 입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금"이라는 오랜 경험적 학습 덕분에, 유가가 상승할 때 금값도 함께 오르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금이 항상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그러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세 차례의 위기와 각각의 유효 자산을 나란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997년 외환위기 → 외화
  • 2008년 금융위기 → 선진국 장기채권
  • 2022년 스태그플레이션 →

주목할 점은 유효 자산이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다음 위기가 이 셋 중 어떤 유형일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합니다.
어떤 위기가 올지 알 수 없으므로, 세 가지 대응 자산을 미리 조금씩 갖추어 두는 것 — 그것이 자산배분입니다. 물론 이렇게 나누어 둔 포트폴리오는 상승장에서는 더디게, 하락장에서는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어떤 위기가 와도 대비하기 위해 치르는 비용입니다.

수익의 일부를 이처럼 여러 자산에 분산해 두면, 폭락 국면에서도 냉정하게 대응할 여유가 생깁니다.
조정이 짧게 마무리될 경우 분산해 두었던 자금을 다시 투입할 수 있고, 보다 적극적으로 전략을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위기가 언제 올지 모른다면, 무엇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가."

그 답은 정교한 예측이 아니라,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최소한 하나는 버텨줄 자산을 미리 갖추어 두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은 늘 흔들리지만, 준비된 포트폴리오는 그 변동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위기는 못 맞혀도, 현명한 분배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는 있습니다."